디지털노마드

크로아티아 디지털 노마드 비자 실제 신청 후기 – ‘체험자의 시선으로 본 유럽 노마드 비자의 현실’

myview6826 2025. 7. 7. 16:04

비자를 ‘준비’하는 것과 ‘살아내는’ 것은 다르다

디지털 노마드라는 단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특히 팬데믹 이후 수많은 국가들이 원격 근무자를 위한 장기 체류 비자 제도를 만들면서,
노마드는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이동형 직업인’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중에서도 유럽 지역에서 주목받는 국가 중 하나가 크로아티아다.
지중해의 평온한 기후, 저렴한 생활비, EU 내 이동 가능성, 그리고 상대적으로 까다롭지 않은 디지털 노마드 비자 조건은
전 세계 원격 근무자들에게 매력적인 옵션이 된다.

하지만 생각했던 것 보다 현실은 표면적인 조건보다 훨씬 복잡하다.
비자를 받기까지의 과정, 느린 행정 처리, 예상치 못한 요구 서류, 체류 중 발생하는 실질 문제까지
실제 경험자의 입장에서만 알 수 있는 부분이 존재한다.

이 글은 ‘어떻게 신청하는가’를 설명하는 튜토리얼이 아니다.
크로아티아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실제로 신청하고 발급받은 경험을 바탕으로,
신청 전후의 갈등, 시행착오, 그리고 체류자의 현실을 담은 살아있는 후기다.

 

크로아티아 디지털 노마드

 

시작은 단순했지만, 정보는 흩어져 있었다

크로아티아가 디지털 노마드 비자를 발표했다는 소식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다가왔다.
많은 유럽 국가가 기존 거주자를 위한 장기 체류 옵션만 제공하던 시기였기에,
“노마드를 위한 별도의 공식 비자 제도”는 분명 눈길을 끌었다.

서류 조건은 겉보기엔 간단했다.

  • 크로아티아 외부 기업에서 일하는 원격 근무자
  • 월 수입 약 2,300유로 이상 or 연간 잔고 약 28,000유로 이상 증명
  • 거주지 증명
  • 건강보험
  • 범죄경력 조회서

다만 문제는 공식 사이트 외에는 최신 정보가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한글 블로그나 유튜브엔 거의 정보가 없었고, 영어권 커뮤니티에서도 “시청마다 절차가 다르다”,
온라인 신청 후 실제 인터뷰까지 2달 이상 걸렸다”는 식의 사례가 중구난방으로 올라왔다.

 실제 준비에서 겪은 첫 번째 실수:
범죄경력 조회서를 ‘아포스티유 없이’ 출력했다가, 크로아티아 대사관에서 거절당함.
한국어 원본 → 영문 번역 → 공증 → 아포스티유 → 번역공증 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교훈: ‘서류가 많지 않다’는 말은 ‘쉽다’는 말이 아니다.
진짜 어려운 건 해외 공공기관에서의 ‘서류 양식과 표현 방식의 엄격함이다.

 

 

가장 예민했던 단계: 거주지 증명과 인터뷰 일정

크로아티아 디지털 노마드 비자의 가장 독특한 조건은,
비자 승인 전에 이미 거주할 숙소를 예약하고, 그 주소를 등록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아직 비자 승인을 받지 않았는데 현지의 1년짜리 거주 계약서를 확보해야 한다.
이는 수많은 지원자들에게 가장 큰 리스크로 작용한다.

  • 현지에 이미 들어와 단기체류 중인 경우엔 해결이 가능하지만
  • 한국에서 원격으로 신청하는 경우, 실제 거주를 시작하기 전까지 계약서 발급이 현실적으로 어렵다.

 실제 해결 방법 (개인 사례):

  • 현지 숙소 플랫폼(예: Njuškalo.hr)에서 외국인 대상 계약이 가능한 집주인을 컨택
  • 3개월 선결제 + 외국인등록증(ID 발급 예정) 약속 조건으로 계약 성사
  • 계약서에 이름, 주소, 기간, 임대료 금액, 집주인 서명 포함
  • 이 계약서를 PDF로 출력하여 온라인 신청서에 첨부

 인터뷰 일정은 약 4주 후에 지정되었고, 시청(Police Station)에서 진행되었다.
인터뷰 내용은 예상보다 간단했지만, 신청자가 영어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어야 했다.

  • “무슨 일을 하시나요?”
  • “왜 크로아티아인가요?”
  • “이 주소에 실제 거주 중인가요?”
  • “계약서는 본인 명의인가요?”

 팁: 인터뷰 자체보다는 서류 누락 여부를 더 철저히 확인한다.
서류 하나라도 빠지면 현장에서 다시 날짜를 예약해야 하며,
이 경우 비자 승인이 1~2개월 연기될 수 있다.

 

발급까지의 대기 시간, 그리고 뜻밖의 생활 문제들

인터뷰 후에는 약 3~5주 정도의 심사 기간이 걸렸다.
이 기간 동안은 임시체류자로서 현지 체류가 가능하며,
경찰서에서 임시 체류 확인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여기서 문제는 비자가 승인되기 전까지는 일부 행정 시스템 접근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 휴대폰 유심을 현지인 요금제로 개통할 수 없다
  • 은행 계좌 개설도 대부분 거절
  • 일부 렌탈 계약 연장도 제한됨

 실제 불편 사례:
한 달 단위 숙소에서 거주하던 중, 다음 달 계약을 연장하려 했으나
“임시체류증으로는 장기계약이 어렵다”며 거절됨.
결국 비자 발급을 기다리며 두 차례 숙소를 옮겨야 했다.

비자 수령까지 총 소요 시간은 약 2달 반,
그리고 현지에서 실제 카드 형태의 ID를 받는 데 추가로 2~3주 소요되었다.

 ID 수령 후 장점

  • 현지인과 동일한 거주 민원 처리 가능
  • 병원 방문 및 공공보험 일부 사용 가능
  • 은행 계좌 개설 가능 (단, 외국인 전용 계좌)

 

체류 후 실제 삶의 변화와 심리적 안도감

비자가 발급된 이후, 체류의 감각은 눈에 띄게 달라졌다.
가장 크게 달라진 건 ‘시간 감각’이었다.
이전에는 모든 것이 90일 안에 정리돼야 한다는 초조함 속에서 움직였지만,
비자 승인 이후에는 계획을 6개월~1년 단위로 설계할 수 있는 안정감이 생겼다.

생활비는 다른 유럽 도시에 비해 매우 저렴한 편이었고,
노마드 커뮤니티도 자그레브와 스플리트 중심으로 작지만 진성 참여자들이 많았다.

 체감한 장점

  • 외국인 대상 부동산 임대 접근성 증가
  • 현지 노마드 그룹 초청 (비자 소지자만 등록 가능)
  • EU 내 타국 단기 여행 가능 (솅겐과 달리 비자 소지자는 출입국이 유연)

 그러나 모든 것이 장밋빛은 아니다

  • 일부 공공기관은 여전히 외국인 비자에 대한 이해 부족
  • 인터넷이 느린 지역도 있음 (섬 지역 또는 고대 건물 내부)
  • 의료 서비스 접근은 가능하지만, 예약 대기시간은 길 수 있음

 

크로아티아 비자는 유럽에서 ‘가능성’을 열어주는 열쇠였다

크로아티아 디지털 노마드 비자는 단순한 체류 허가증이 아니다.
그건 유럽이라는 대륙에서 지속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가능성의 시작이었다.
절차는 간단해 보여도, 심리적 갈등과 실무적 장애물은 결코 작지 않았다.
그러나 그 과정을 통과한 뒤엔,
단순한 여행자가 아닌 “유럽에 존재하는 사람”으로서의 정체성이 생겼다.

디지털 노마드라면 누구나 언젠가는 “정착하지 않으면서도, 떠나지 않아도 되는 방식”을 찾게 된다.
크로아티아는 바로 그 ‘중간 지점’을 경험할 수 있게 해주는 나라였다.
지금 유럽에서의 삶을 꿈꾼다면, 크로아티아는 단순한 통과지가 아니라
‘하나의 거점’으로 고려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